◇ 일 자 : 2011.10.29(토)~10.30(일)
◇ 날 씨 : [제1일]흐림 [제2일]맑음
◇ 담 당 : [기획]이항배, 정한성 [총무]김영수, 김관중 [사진]강원중, 이항배
[의료]박시만, 이영호
◇ 참가자 : 강원중부부(제2일), 김관중부부, 김영수부부, 노연상부부, 이영호부부,
이항배부부, 박시만, 염휴길, 정한성, 김형태 <이상 16인>
◇ 일 정 :
[제1일] 10월29일(토)
08:15 서울 센트럴시티(호남고속터미널)집결
08:30~12:50 우등고속버스로 서울출발, 순천고속터미널도착
13:10~14:00 순천역 앞으로 이동, 김영수부부 합류 / 점심식사<흥덕식당>
14:00~18:40 순천만 생태관광 / 트레킹 / 낙조감상
19:00~20:00 저녁식사<대대선창집> 짱뚱어탕
20:00~23:00 숙소<현우각>로 이동 후 자유 시간
23:00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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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일]10월30일(일)
06:00~08:00 기상 / 순천만 아침산책, 강원중부부 합류
08:10~08:40 아침식사<무진> 꼬막정식
08:50~09:20 전세버스로 낙안읍성으로 이동
09:20~10:50 낙안읍성 둘러보기
10:50~11:30 선암사로 이동
11:30~12:20 선암사 둘러보기
12:20~16:00 A, B조로 나누어 트레킹 및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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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조>
12:20~16:00 조계산 트레킹(선암사~송광사)<약8.4㎞, 3시간40분>
12:20 선암사 ― 13:30 선암 큰굴목재 ― 13:45~14:15 조계산보리밥집 /점심
― 14:45 송광 큰굴목재 ― 16:00 송광사[B조와 합류]
<B조>
12:20~16:00 선암사 주차장으로 이동 길상식당에서 산채정식으로 점심
전세버스로 이동, 순천10경 관광(상사 호, 고인돌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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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17:00 송광사 둘러보기
17:00~17:50 순천종합버스터미널로 이동
17:50~18:50 저녁식사<대원식당> 한정식
19:20~23:50 순천 출발, 서울도착
◇ 후 기
비 내리는 토요일 아침, 아내와 둘이 택시를 잡아타고 센트럴시티로 향했다. “호남고속터미널 갑시다.” “무슨 터미널을 여기서 가자고~?” 팔순이 넘어 보이는 수다스런 기사양반이 엉뚱하게 트집을 잡았다. 목적지를 지나치려던 택시를 바로세우고 잽싸게 내려 비를 피해 터미널 대합실로 향했다. 출발시각을 30분이나 남겼음에도 일행 대부분 미리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순천행 우등고속버스에 자릴 잡으니 좌석 주변이 넉넉하고 편안한 게 꽤나 만족스러웠다. 허나 궁내동 톨게이트를 지나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서며 행락차량이 밀려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기흥을 지나며 차량지체가 더욱 심해져 버스전용차선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차창 밖으로 오전 내내 비는 추적추적 내렸고,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눈을 떠보니 망향휴게소, 천안까지 무려 2시간이나 소요. 기사양반 왈, “나 원~참. 명절 때보다 시간이 더 걸리니 이거야.” 버스는 익산을 지나 남원으로 향하고 있었고, 전라도로 들어서며 간간이 내리던 비도 시나브로 그쳐갔다. 난생 처음 달려보는 듯싶은 이름 모르는 고속도로를 타고 순천까지 신나게 달려 50여 분 지각 끝에 점심 예정시각 데드라인에 가까스로 턱걸이 했다. 포항에서 승용차로 출발하여 순천역 부근에 미리 도착해 있던 김영수부부와 반갑게 만나 부근 흥덕식당에서 점심을 들며 순천일정을 시작했다.
순천역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생태탐조 2층 투어버스를 타고 순천만 생태관광에 나섰다. 퉁퉁한 아줌마 해설사의 설명에 따르면, 순천시청에서 운영하는 이 빨간 이층 버스를 타는 게 대중교통-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생태공원 입장권을 따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 하니, 인터넷 검색 끝에 생태관광을 택하길 잘했다 싶었다. 순천만에 관한 브리핑을 들으며 생태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매우 붐비고 있었다. 용케도 이날, 구름이 하늘을 가려주는 흐린 날씨여서 광활한 갯벌, 빽빽한 순천만 갈대숲을 산책하긴 안성맞춤이었다.
생태체험관 전망대에 올라 순천만을 한눈에 조망하고, 흑두루미, 저어새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순천만 탐사에 나설 채비를 했다. 앙증맞은 갈대열차를 비집어 올라타고 동심으로 돌아가 초가집 순천문학관을 찾았다. 그곳 출신 아동문학가 정채봉 관을 둘러보고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 작가와의 만남’을 체험하고 나왔다. 생태체험관으로 돌아와 식당에 미리 채려져 있던 케이크와 천연음료를 간식으로 먹고 갈대숲 체험에 나섰다. 트래킹을 막 떠나려니 투어버스 일행 중에서 최고령 부부였던 할머니가 행방불명되어 노부부가 잠시 이별하는 해프닝. 화장실 갔던 할머니가 돌아오지 않자 기다리다 지친 할아버지가 혼자 트래킹에 따라 나섰는데, 알고 보니 할머니도 일행을 찾다 인파에 밀려 길을 잃게 됐단다.
우선 수로 위를 건너지르는 구름다리에 올라 광활한 벌판을 조망했다. 갈대숲을 가로질러 용산 전망대로 향하는 목제 데크 위엔 오가는 인파로 몹시 붐볐다. 발길을 제대로 옮기기 힘들 지경이라 사람 속으로 밀려다니는 꼴이었다. 진흙갯벌 속으로 꼬물거리며 움직이는 꼬맹이 짱뚱어 들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작은 게들의 움직임을 호기심 있게 관찰했다. 이 광활한 갈대숲 속을 그득 메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갑작스레 밀려오는 외로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용머리부분 화장실 건물을 지나 흔들다리를 건너 용산전망대에 올랐다. 구름 속에 가린 저녁놀이 붉게 물들어오며 살포시 미소 짓는다. S자 수로를 따라 석양이 드리우고 홍자색 칠면초의 군락과 황금빛 갈대의 물결이 너울지면서 오버랩 되니 실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광활한 벌판엔 이내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고, 서둘러 생태체험관의 전시실을 마저 관람했다. 순천역으로 출발하려는 이층버스를 다시 찾아가 기념품으로 건네주는 우리일행 그림엽서를 통째로 받아들고 생태공원을 나섰다.
먼저 숙소에 가서 짐을 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지친 다리를 달래며 저녁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예약해 두었던 순천만 입구 큰길가에 있는 ‘대대선창집’을 찾아 나섰다. 미리 차려져 있던 식탁엔 남도식당답게 푸짐한 밑반찬이 상을 그득 채우고 있었다. 첫날저녁 메뉴는 짱뚱어탕, 추어탕과 비슷한 맛 일거라는 추측과는 달리 매콤하면서도 구수한 게 별미였다.
이번여행 숙소예약은 정한성 군이 맡아 수고했는데, 순천출신 동료회계사의 소개로 순천만 바로 앞에 있는 한옥민박-현우각을 추천받았다. 식당에서 불과 백여 미터 떨어진 골목길에서 현우각 안내판을 쉽게 찾아내고 서둘러서 짐을 풀었다. 혹여 안주인들의 방이 비좁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작은 채의 아담한 방 대신 큰 채 안방과 서로 맞바꾸고 나니 그런대로 쓸 만해서 안심했다. 잠자리를 챙기다가 김관중 군과 함께 생수를 사러 나섰는데 가게를 찾은 김에 맥주 몇 병과 마른안주도 함께 챙겼다. 헌데 가게 주인이 카드결재를 잘못 처리, 결재취소를 시도했으나 그것마저 안 되는 바람에 외려 현찰을 받아들고 가게 문을 나서려니 왠지 겸연쩍었다. 출발 하루 전 ‘카드결재를 싫어하는 곳도 있다’는 정보에 따라, 일행들에게 현찰을 준비해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길 잘했다 싶었다. 밤이 깊어가며 가볍게 끝내려던 술판이 점차 무르익었고 이야기보따리도 슬슬 풀려갔다. 잠을 청하고자 하는 몇몇이 코고는 사람은 자진해서 작은 방에서 자기로 했음을 상기시키며 슬며시 자리를 떴다.
둘째 날 안개 낀 새벽녘, 날이 밝길 기다려 조심스레 옷을 갈아입고 숙소를 나섰다. 순천만 바로 앞에 숙소를 잡은 이점을 살려 새벽산책을 나설 요량이었다. 안방에서 자던 안주인들의 인기척이 있었으나 거실에서 자고 있던 일행들이 아직 숙면 중이라 조용히 자릴 떠야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호젓한 순천만을 홀로 걷자니 인파로 넘치던 어제와는 달리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어둠 속에서 동이 트며 드넓은 갈대숲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어제 사람에 밀려 힘겹게 올랐던 용산이 원경으로 중첩되며 어슴푸레 나타났다. 맑고 깨끗한 공기 덕분인지 어제 밤 샤워를 하지 않고 잠을 청했음에도 몸이 개운하고 상쾌했다. 빽빽한 갈대 숲속에 서울에서 찌들었던 잡스러운 상념들을 모두 떨쳐버리고 싶었다. 구름다리를 건너 목제 산책로를 한가롭게 거닐다 우회로에서 발길을 다시 돌렸다. 안개 속 순천만 갈대숲 아침산책이 이번여행 중의 백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숙소 툇마루에서 빤히 보이는 곳에 있는 ‘무진’식당에서 꼬막정식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김 부스러기와 함께 빨간 꼬막무침을 비벼먹는 비빔밥과 개운한 꼬막 된장국, 꼬막전 등 꼬막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을 양껏 배불리 먹고 일어서려니, 일행 중 몇몇이 그새 눈독을 들였던 중국제 꼬막 따개를 하나씩 사고 있는 눈치였다. 식당 주차장에 미리 와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던 전세버스를 타고 벌교 읍내를 거쳐 낙안읍성으로 향했다. 목적지까지의 이동시간이 예상보다 조금씩 적게 걸리는 걸로 보아 일정진행에 그다지 차질이 없을 듯했다. 낙안읍성은 주민들이 직접 살고 있는 동네라서 그런지 더욱 정감 있게 다가왔다. 포근한 날씨처럼 따뜻한 햇살을 받아 온화하게 다가오는 읍성 분위기에 한껏 고무되어 구석구석을 쉬엄쉬엄 여유 있게 둘러봤다. 초가집과 토종 닭, 채소밭이 이웃집 돌담처럼 친근감을 더했다. 읍성을 한 바퀴 돌고나서, 은행나무 노(老) 거목 주위를 맴돌다 ‘대장금’ 연속극 촬영 터를 마저 관람했음에도 시간이 남아 낙안읍성일정을 단축하기로 했다. 그날 오후 본격적인 트래킹을 남겨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전에만도 꽤나 많이 걸었었나보다. 뻐근한 다리를 끌면서 선암사로 향하는 버스에 다시 올랐다.
선암사 주차장에 당도하니 관광버스들로 매우 붐비고 있었다. 선암사로 향하는, 호젓하기로 이름난 명상 길도 사찰을 찾은 순례 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인파에 떠밀려 무심코 가다보니 승선교를 지나쳐버렸고 강선루를 지날 때에야 뒤늦게 뒤돌아보았다. 절 경내에 이르니 대웅전 주변은 49제를 치르는 행렬로 북적거렸고, 징소리와 불경 소리가 뒤섞여 소란스럽고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고즈넉한 불사로 알려졌던 선암사는 무계획적인 건물 중건과 납득하기 어려운 진입로 변경으로 배치개념까지 송두리째 흔들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호젓한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홍매화가 있는 뒤뜰 경내를 둘러보았다. 옛 흔적들을 더듬고 예전의 좋았을 때를 유추해보면서 미련을 남긴 채 서운한 마음으로 선암사를 떠났다.
애초 순천일정을 기획하게 된 동기가 되었던 조계산 산행-천년불심 길 트래킹에 나섰다. 선암사 경내를 벗어나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갈림길이 나타났다. 허나 놀랍게도 안내표지가 없어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었다. 완만한 경사의 똑바로 뚫린 지름길에서 벗어나 가파른 산등성이로 발길을 옮겨야 했기에 잠시 망설이긴 했으나, 멋진 풍광의 숲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하늘을 향해 찌를 듯 늘씬늘씬하게 뻗은 편백나무 숲이 실로 인상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하늘을 가려 겨우 손바닥만큼 보일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선 숲 속에서 무념무상으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조용히 지내다보면 만병이 치유될 듯싶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던 편백나무 숲을 벗어나며 나무 명찰을 보니 Japanese Cypress.
트래킹코스 중에서 가장 높은 고개인 큰 굴목재로 오르는 너덜바위 지대, 그리 만만치 않은 가파른 오르막길의 연속이었다. 한참을 오르다 반대편에서 내려오고 있던 산행객들에게 고갯마루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수차 물어보나 부질없는 선문답일 뿐. 큰 굴목재에 올라 기념촬영 후 숨을 돌린 후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이제나저제나 하며 조바심을 내던 끝에 마침내 보리밥집에 도달했다. 늦은 점심이기도 했지만 소문대로 꿀맛 같은 ‘조계산 보리밥’이었다. 쟁반 가득하게 보리밥과 부침개, 푸성귀를 담아와 평상에 걸터앉아 개 눈 감추듯 해치웠다. 산중임에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성업인지라 그 많은 식재료를 직접재배 공급하기엔 태부족이겠지만, 푸성귀가 전혀 벌레 먹지 않은 걸로 보아 외지에서 반입해 온 게 틀림없어 뒷맛이 씁쓸했다.
보리밥 사거리를 지나 지루한 오르막이 또다시 이어졌다. 그때까지보다 돌 크기가 좀 작아졌지만 거친 바위길이 연속되어 발걸음을 옮기기에 성가시긴 매한가지였다. 피아골 대피소를 지나 송광 굴목재에 올라 잠시 쉬며 한바탕 폭소를 터트렸다. 송광사 쪽에서 넘어온 산행객에게 기념촬영을 부탁했더니 “어딜 보세요? 가운데 제일중요한 거시기를 주목해야죠!” 따사로운 오후, 한담을 나누며 개울을 따라 한참을 내려 왔나보다. 개울물소리가 상류에서는 ‘조계~조계’하며 조용히 흐르더니 ‘스님~스님’하며 조금 커지는 가 싶었고 ‘송광~송광’하며 더욱 커지며 심금을 울리는 듯했다. 송광사에 가까워지며 절 이름에 걸맞다는 소나무 숲을 찾았으나 보이질 않았고, 송광사 조금 못미처 홀연히 나타난 대나무 숲을 통과했는데 그 품새가 일품이었다. 호젓한 숲을 배경으로 멋진 작품사진 한 컷을 남겼다. 묘한 포즈를 취한 서울서 온 여섯 중년남자-竹林六賢. 송광사 일대가 선암사에 비해 유난히 단풍이 절경이라 절로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예정보다 삼십여 분 일정단축, 이른 시각에 송광사에 도착하여 여유 있게 경내를 둘러보고 대웅전 앞 성보박물관에 들러 유물들을 관람했다. 송광사 경내는 승보사찰답게 절 분위기가 격조 있고 풍광 또한 아름다웠다.
조계산 트래킹 하는 동안, 선암사주차장 앞 길상식당에서 산채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한 후 상사 호와 고인돌 공원을 관광하고 있었던 B조 일행과 송광사 대웅전 앞에서 다시 합류했다. 송광사 단풍을 다시 감상하고 이내 발길을 돌려 전세버스로 순천종합터미널 행. 헌데 점심나절 버스기사가 한 차례 사보타지를 했단다. “서울손님은 점심도 안 챙겨줘요?” 볼멘소리와 함께. 일정 내내 회계 보느라 수고했던 김영수교수가 이래저래 신경 쓰고 기사양반 식대까지 챙겨주느라 수고가 너무 많았네요.
순천시내로 돌아와 종합터미널 부근에서 하차 전세버스와의 하루일정을 끝내고, 서울손님에게 꽤나 인기 있다는 대원식당을 찾아 나섰다. 저녁특식으로 인근 광양읍내의 광양불고기 추천도 있었지만, 일정상 이동이 가장 편한 곳-터미널까지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곳에 있는 식당을 선정했었다. 식당 별채 온돌방에 일행모두 어색한 자세로 좌정해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기다려야했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푸짐한 음식이 한 상 그득 차려져 밥상이 통째로 대령했다. 반찬 가지 수가 하도 많아 찬그릇을 겹쳐 놓아야 할 정도였다. 그 유명한 남도밥상의 다양한 젓갈류들로 입맛을 돋우며 요것조것 반찬을 맛보며 한정식을 배불리 먹었다. 뒤이어 누룽지까지 싹싹 비운 후 수정과와 배로 입가심 하고야 일어섰다. 어둠을 뚫고 순천종합터미널을 떠난 버스는 호남고속도로구간까진 순행했으나, 행락인파에 밀려 정안IC부터는 지체를 거듭, 11시 50분경 한 시간 뒤늦게야 서울 센트럴시티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로써 길고도 짧았던 순천1박2일 일정을 모두 마감했다.
금년 6월 울릉도 여행을 다녀온 후, 다시는 원행기획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 했었는데, 불과 4개월도 지나지 않아 마땅한 담당자를 찾지 못해 또다시 순천기획을 구상해야했다. 공교롭게도 참여인원마저 오리무중인 채 겨우 보름 남기고서야 결정되는 바람에 숙박예약도 뜻대로 할 수 없었고, 식당예약까지 뒤죽박죽 혼선 끝에 퍼즐 맞추듯 끼워 맞춰야 했다. 순천시청 홈페이지를 수시로 드나들고 인터넷을 숱하게 검색한 끝에 상세일정을 세웠지만 서너 차례에 걸쳐 전반적인 수정이 불가피했다. 또한 순청시청 관광과 창구에 수차례 문의했으나 시원한 답을 얻기는커녕 궁금증만 더해갔다. 현지답사를 거치지 않아 염려스러웠던 계획은, 다행히도 정한성 군의 주선으로 순천 현지인의 도움을 구할 수 있었다. 뒤늦게나마 다시 확인하고 구체화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애초 조계산 선암사~송광사 트래킹으로 단순하게 시작되었던 순천여행이 순천만과 낙안읍성, 순천투어 일정까지 더해지며 꽤나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허나 어느 곳 한 가지 빼놓고 싶지 않은 명소였고, 어느 것 한 가지 빠뜨리고 싶지 않은 먹거리였다. 짱뚱어탕, 꼬막정식, 산채정식, 조계산 보리밥, 남도한정식으로 이어졌던 푸짐하고 넉넉했던 밥상이 아직 눈에 삼삼하다. 안개 낀 새벽녘 순천만 갈대숲, 따사로운 햇살을 받은 정감 있는 낙안읍성의 초가, 하늘 향해 시원스레 뻗은 조계산의 편백나무 숲, 가슴 속까지 빨갛게 물들게 했던 송광사 우화루의 아름다운 단풍을 새삼스레 떠올려본다. 잊지 못할 순천기행, 더 좋은 기회 다시 찾을 날을 기약하며.
2011.11.12 이항배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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