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상공(上空)을 나른다.
일에 대한 해방감과 여행에 대한 기대 속에, 그림 같은 지붕과 정갈한 자연을 내려다보며,
짜 맞혀 놓은 듯한 정돈된 질서 속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간밤에 설친 잠을 뒤로하고, 새벽공기를 흠뻑 들이키며 엥겔베르그(Engelberg)마을을 산책한다.
함초롬하게 머금은 이슬 사이로 달팽이들이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아침산책을 하는 듯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알프스 산록을 오른다. 차창 밖으로 산록의 조화(調和)를 맛보면서 일기(日氣)의 변화와 고저(高低)에 따른 자연의 조화를 감상한다. 그림엽서 같이 아름답고 자그마한 엥겔베르그 마을을 마주보며 하얀 눈밭을 머리에 이고 있는 티틀리스(Titlis) 언덕을 또 다시 하강(下降)한다.
수다스런 가이드의 잡담 속에 버스는 이내 루쩨른 마을에 당도한다. 빈사(瀕死)의 사자상과 카펠교(橋) 보다도 정갈했던 가로(街路)와 발코니 가득히 꽃들로 장식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스위스 마을을 떠나 오스트리아로 향한다.
버스 안에서 순번에 따라 어줍잖은 자기 소개를 하며 오스트리아의 색다른 느낌을 맛본다.
디 포스트(Die Post) 호텔 주변의 밤거리를 노닐어 본다. 휘황찬란한 조명은 아니나 인스부르그의 야경(夜景)은 운치(韻致) 있어 보인다. 비 뿌리는 포도(鋪道)를 걸으며 젊은 날의 기억이 반추(反芻)된다. 쓰디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서울로부터 영원히 멀어지고픈 환상 속으로 빠져든다.
비 내리는 인스부르크 시가지.
마리아 테레사 거리에서, 날씨변덕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폈다 접었다 하며, 과일을 맛보고 "황금지붕"을 벗어난다.
인상적인 예쁘장한 화분대와 아리따운 꽃들을 작별하고 이태리 국경을 넘는다.
무궁화 꽃이 피어있는 뙤약볕 속의 풀밭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며 또 다른 모습의 자연과 대한다.
성채(城砦), 그리고 아름다운 다리들----.
따분한 돌산들을 가로질러 꿈과 낭만의 베니스로 향한다.
한숨의 다리와 "두칼레 궁"을 돌아 산마르코 광장에 선다.
실로 아름다운 성당과 종탑(鐘塔).
어지러울 정도로 몰려드는 관광객들 속에서 비둘기들과 대화하며---. 그러나 왠지 광장의 스케일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토록 멋있다는 그 곳이. 아마도 어수선한 분위기 탓인 듯하다.
그저 따분하기만 한 유리공장 견학을 마치고 곤도라 위에 몸을 싣는다. 오래된 집들과 다리를 마주하며 좁은 수로(水路)를 지나, 배는 어느덧 다시 넓은 운하(運河)를 돌아들고 깐소네와 악사(樂士)들의 유희를 작별한다. 산마르코 광장을 다시 보고 카메라 샷터를 연신 누르며 망막 속에 기억을 남긴다.
베니스 비에날레와 부교(浮橋) 축제의 낭만을 멀리하고, 베로나의 한 호텔에서 여장(旅裝)을 푼다.
"로미오와 쥬리엩" 얘기를 들으며 볼로나를 지나 피렌체로 향한다.
「꽃의 도시, 피렌체」
고도(古都)의 아름다움이 자그마한 광장(廣場)과 어우러져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십자가 광장과 시뇨리아 광장에서 좁게 뚫린 가로(街路)를 따라 단테 생가(生家)로 향한다.
"꽃의 마리아 대성당"의 번잡스런 외관과 스케일에 놀라며, 건축가인 부루넬레스키 동상(銅像)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격(格)에 어울리지 않게 조그마한 광장 규모에 새삼 놀라며, 좁은 포도를 따라 옛 모습에 담긴 사연들을 추슬러 본다.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의 정겨운 지붕과 다리들을 둘러보며, Rome로의 힘찬 출발을 기약한다.
뭇쏘리니가 닦아놓은 고속도로-스트라다-를 타고, 로무로스 대제(大帝)와 늑대 신화(神話)를 들으며 폼페이로 향한다.
꿈의 나폴리 항(港)을 멀리 바라보며 베수비오스 화산 밑의 폼페이 최후의 날을 감상한다.
역사의 흔적들이 묻혀있는 거리를 따라 화사한 햇살과 어두운 그림자를 함께 맛보며, 그 옛날의 일들을 떠올려 본다. 해물 스파게티의 맛을 더듬기도 전에, 버스는 꼬불꼬불 언덕을 따라 소렌토로 향한다.
검푸른 지중해와 어우러진 장관(壯觀). 지중해 물살을 가르며 배는 카프리로 향한다. 뱃전에 서서 갈라지는 물줄기의 포말(泡沫)을 바라보며 검푸른 지중해의 심연(深淵) 속으로 가라앉고 싶은 욕망 속으로 빠져들기도 전에 "아나 카프리" 마을이 눈앞에 다가선다.
뒤뚱거리는 조각배에 몸을 싣고, 청(靑)동굴 속 신비로운 하늘색 바닥을 유영(遊泳)하다 돌아 나온다.
아름다운 아나카프리의 집들을 바라보며 홀로 리프트에 올라 신선한 충격을 맛본다.
아스라이 멀어 보이는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들. 관광객들로 들끓는 항구는 싫다. 40여분--- 배는 나폴리 항에 닫는다.
로마의 휴일 영화를 보며 내일의 여정(旅程)을 기약한다. 소나무 밑을 지나 역사의 고도(古都) 남성적인 로마와 마주한다. 콜로세움, 대전차경기장(大戰車競技場), 개선문(凱旋門), 대 욕장(浴場) 등
도시 전체가 유물(遺物)이다. 버스는 시가지를 수 차례 돌았으나 위치 감각이 없다.
비잔틴 박물관의 천창(天窓)을 보며 램프를 오른다. 보색(補色)된 미켈란젤로의 시스틴 성당 천정화(天井畵)와 벽화(壁畵)가 왠지 생경하게 느껴지며, 높은 천정을 돌아드는 굉음(轟音)과 함께. 성베드로 성당으로 향한다. Non scale, 장엄(莊嚴)한 공간 속에 질려 뙤약볕으로 내몰린다.
트레비 분수(噴水) 속에 동전을 던지고 본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고 진실의 입 속에 손을 넣은 기억보다는 좀 더 성(聖)스러운 느낌은 역시 까따콤베.
석빙고처럼 시원한 지하공간의 미로(迷路)를 헤매며 역사 속으로 잠행(潛行)을 거듭한다.
"포로 로마노", "판테옹"을 보지 못한 아쉬움 속에서 로마와의 재회(再會)를 약속하며 Alitaria항공기를 타고 파리로 향한다.
4년만의 파리 방문(訪問), 익숙한 느낌으로 개선문 앞에 서서 샹제리제 거리를 보고, 몽마르뜨 언덕에 올라 거리의 화가들을 보고 기념품을 고른다. 허둥지둥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그림 앞으로 몰려가고, 미술관 중정(中庭)의 피라밋을 배경으로 의례 포즈를 취한다.
보수(補修) 중인 노틀담 사원(寺院)을 다시 대한다.
한번 밟으면 꼭 다시 한번 오게 된다는 Zero Point를 건너 뛰어 staind glass가 요술처럼 아름다운 성당 속으로 빠져든다.
buttress와 첨탑(尖塔)이 아름다운 노틀담사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세느 강변에서 한여름을 식힌다.
엘리베이터를 번갈아 타며 철골(鐵骨) 구조들의 조합을 보며 에펠탑 전망대에 오른다. 파리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어렵사리 위치를 찾아낸 Concord 광장과 Obellisque. Paris의 야경(夜景)은 아름답다. 세느강 유람선에 몸을 싣고 아름다운 다리들의 사연(事緣)들을 거스른다. 자유의 여신상(女神像)과 미라보 다리, 그리고 낭만.
아침 일찍 서둘러 카메라를 매고 라 데빵스(Le Defense)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그랑 아르쉐(Grand Arche)와 떠 있는 육교. 지하도 입구와 넓은 계단 벽에 조각된 타일들의 입자(粒子)들을 카메라에 조소(彫塑)하며, 일정에 따라 베르사이유 궁전 행(行) 버스로 향한다. 루이14세의 초상(肖像)을 보고 인위적인 정원 속에서 잠시 일정을 다시 추슬러 본다.
짜증나는 면세점 쇼핑 일정을 뒤로 하고 거리를 배회하다, 유로스타(Euro star)를 타고 런던 워터루 역으로 향한다. 화려한 파리와는 달리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 속에서 비 내리는 런던과 마주친다. 오래된 러쎌 호텔의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함께 하며 이름 모르는 시가지를 걷고 있다. 피카디리 써커스와는 정반대 쪽으로 가다보니, 런던대학.
다음 날 아침 눈곱을 떼고 런던타워를 방문한다.
정겨운 모습의 집 모양을 보면서 사진을 찍고, 국회의사당 빅 맨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다. 버킹검宮 앞에서 개들을 앞장세운 근위병 모습을 함께 한다.
아픈 다리를 끌며 대영박물관(大英博物館) 계단을 오른다. 잠시 휴식시간에 밖으로 나오니 난데없이 비상벨이 울리고 박물관 정문이 닫힌다. 히들러 공항에 가는 길에 졸다가 켄싱턴 가든에 들러, 함께 온 씨에 프랑스 여행단 손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공항에서 도시락으로 공복을 달랜다.
아듀 유럽, 다시 볼 날을 기약하며-----. 1997 유럽여행. / 1997.07. 이 항 배
< NOTE > 이 글은 유럽기행 사진첩을 정리하기 위해 주마간산 식으로 쓴 글입니다만, 혹 유럽여행을 하실 분께 참고가 될까 하는 마음에 올립니다.
* 여행기간 : 1997.07.17 ~ 07.26 ( 9박 10일 )
* 여행국가 : 스위스(엥겔베르그, 티트리스,루쩨른),오스트리아(인스부르그),
이탈리아(베니스, 피렌체, 폼페이, 카프리섬, 로마), 프랑스(파리), 영국(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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