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이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산자락의 바람을 맞으며
익숙한 길이지만 또다른 감흥으로 다가선다.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무덤덤하게 다가오던 초록의 빛깔이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마지막 향기를 짙게 뿜으며,
청록의 기운을 한뼘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하는
자연과의 교감 속에 새로운 아침을 맞고 있다.
두리뭉실한 모양새 만큼이나 나지막한 동산이나,
군데군데 보아둔 재미난 구석들이
오늘따라 색다른 장면으로 클로즈업되어
망막 속에 한컽의 기록으로 남겨진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휘어진 오솔길,
구릉을 따라 단단이 올라가는 흙계단,
따사로운 햇살 속으로 펼쳐지는 한마당 삶의 미로 -----.
등줄기를 타고 송송 맺히던 땀방울이
이젠 지난 여름의 아련한 추억이 되고,
가을의 길목에 서서 변화될 자연의 숨결이
갓 구워 낸 빵 내음처럼 내 앞에 그렇게 다가서고 있다.
1998. 09. 24 (목) / 이항배
서울건축사신문 "남대문"칼럼 (2001.06) "망중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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